유미가 들려주는 이야기
대한민국 부모화의 특징 본문
유교문화의 영향으로 효 사상을 중요하게 여기는 우리나라에서는 부모를 생각하는 아이를 철든 아이로 보며(김효창, 손영미, 박정열, 2002) 아이에게 좋은 성인의 모습을 기대한다(정태연, 최상진, 김효창, 2002). 부모-자녀 간에 역할이 바뀌어 자녀가 부모를 보호하고 위로하는 현상을 ‘부모화’라고 하는데, Boszormenyi-Nagy와 Spark(1973)가 처음으로 이 용어를 사용하였으며 이러한 행동을 어린 나이부터 발달시켜 온 자녀를 ‘부모화 된 자녀’라고 하였다. 부모화는 자녀가 부모를 보살피는 역할을 하는 부모-자녀 간의 역할 역전을 일컫는다(Jurkovic, Kuperminc, Perilla, Murphy, Ibanez, & Casey, 2004; Kuperminc, Jurkovic, Casey, 2009).
역할의 역전은 부모가 무기력하거나 안정된 것을 찾거나 의존적으로 행동을 하는 동안, 자녀가 부모의 역할을 떠맡게 되는 부모-자녀의 관계를 말한다(Lopez, 1986). 적절한 수준으로 부모화가 된다면 부모화 경험이 자녀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적절한 수준의 부모화는 대인관계 자신감을 향상시키고(Thirkield, 2002), 타인을 배려하는 능력과 가족에 대한 책임감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조은영, 정태연, 2004). 또한 부모화 경험이 연령에 맞고 책임이 공평하다고 여겨졌을 경우, 개인의 자율과 자제력, 가족 응집력을 발달시킨다(Walsh, Shulman, Bar-On & Tsur, 2006). 부모를 생각하고, 배려하며 살피는 행동은 적응적이고 바람직한 행동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자신의 내적 욕구를 고려하지 않고 강박적인 배려심으로 많은 에너지를 사용할 때 정신건강의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Davies, 2002).
부모화는 자녀가 수행해야 하는 역할과 책임에 따라 도구적(물리적) 부모화, 정서적 부모화, 불공평으로 구분된다(Jurkovic, 1997). 도구적 부모화는 집안일을 돕거나 형제를 돌보는 등의 구체적이며 기능적인 업무에 대한 책임을 맡는 것이며 정서적 부모화는 자녀가 가족의 사회적·정서적 필요가 요구되는 가족 간의 충돌에 대해 중재자의 역할을 하거나 안심시키는 등의 역할을 포함한다(Jurkovic, 1997). 불공평은 가족 구성원들의 능력, 자원, 의무, 부담 측면에서 신뢰를 촉진한 방식으로 공정한 관계에서 나눠서 책임을 맡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다(Jurkovic, 1997).
부모화 된 자녀들은 주로 어린 시절에는 분명하게 나타나지 않고 후기 청소년기와 성인 초기 전환기에 심리적, 정서적 어려움을 많이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Teyber, 2006). 성인 초기는 부모로부터 독립 욕구 및 타인과의 친밀성 욕구가 증가하는 시기로(Erikson, 1968) 가까운 이성 및 동성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주요 발달과업이다(박용주, 박원주, 2016). 부모화 된 자녀들은 부모와의 심리적 독립 수준이 낮고, 정서적 관여의 수준이 높으며(Campbell Adams & Dobson,1984; Fullinwider-Bush & Jacobvitz, 1993) 타인을 보살피는 행동에 강박적이고, 몰두하면서 자신을 보살피는 행동과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실존적인 관계를 경험하지 못한다(Chase & Wells, 1998).
부모화 된 자녀들은 주로 억압과 부인의 방어기제를 사용하여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어려워하고, 이로 인한 분노, 불안, 우울, 화, 신체증상을 경험하게 된다(Tam, 2009). 이들은 종종 우울, 낮은 자아존중감, 자기 비난 등을 경험하고, 사회적 소외감, 신체화 장애, 불필요한 걱정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Byng-Hall, 2002) 또한 피학적 성격, 수치심과 과도한 죄의식, 자기애적성격, 정신분열(splitting)을 보이기도 한다(Wells & Jones, 2000). 강원희, 유순화, 이경미(2010)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심리적 부적응의 하위요인인 우울/불안, 신체증상, 위축 등의 변인이 부모화 경험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하였다. 심리적 부적응과 높은 상관을 보인 것은 부모화 변인 중 불공평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부모화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경우 불공평성으로 인해서 신체적인 증상이 나타났다고 보고하였다(이정선, 2011). 신체화는 뚜렷한 몸의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데도 몸이 아프거나 불편하다고 느끼고, 신체 증상에 사로잡혀 있는 것을 말한다(신현균, 2016).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선행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부모화 경험이 신체화에 유의미한 정적 상관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정선, 2011, 이경화,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