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가 들려주는 이야기
트라우마와 번뇌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본문
‘트라우마’는 실제로 사건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후 겪는 마음의 상처로서, 이 때문에 생겨나는 ‘불안’,‘공포’,‘분노’는 건강한 삶에 장애가 된다. ‘번뇌’는 불교에서 고통을 일으키며 윤회를 하게 하는 근본 원인으로 간주되고 있다. ‘번뇌’는 마음의 작용이 다양한 만큼 그 종류도 많다. 이 때문에 불교의 ‘번뇌’에 대한 연구가 많이 행해졌다.
김재성(2010a)은 초기불교문헌을 분석하여 ‘번뇌’가 탐(貪)・진(瞋)・치(癡)의 삼독(三毒)을 근본으로 하고 있으며, 탐・진・치를 소멸시킴으로써 열반이 성취된다는 점을 부각하였다. 또한 김재성(2010b)은 ‘분노[瞋]’의 원인으로서 감각적 욕망에 사로잡힘, 질투와 인색 등을 들고 있으며, ‘분노’를 치유하는 방법으로 증오심(憎惡⼼)을 버리고, 적극적으로 자애(慈愛)를 길러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또 다른 한편, 이필원(2012)은 초기불교문헌에 나타난 해탈에 장애가 되는 갈애(渴愛)와 같은 정서적 내용을 분석하고, 그것이 처리되는 과정을 통찰, 대치(對治), 관찰의 측면에서 탐색하였다. 박성식・이필원(2013)은 초기 불교와 사상의학을 중심으로 정서적 변화가 육체에 미치는 영향 관계를 심신의학적 관점에서 고찰하기도 하였다.
초기불교에 관한 이상의 연구는 ‘번뇌’를 치유의 대상으로 보고 그 의미와 치유방법에 초점을 두었으며, ‘번뇌’를 비롯한 마음의 작용을 현대적 관점에서 연구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아비달마(阿毘達磨)를 중심으로 진행된 연구로는 ‘번뇌’가 생겨나는 마음의 영역을 서구 심리학적 관점에서 범주화시킨 연구가 주를 이룬다. 윤희조(2015)는 ‘분노하는’ 마음의 영역을 분석하였으며, 또 다른 논문에서 윤희조(2018)는 ‘번뇌’의 영역을 ‘해로운’인지, 정서, 동기, 성격의 영역과 같이 서구 심리학 용어로 정의하였다.
‘트라우마’는 “원래 그리스어로 ‘관통하다’라는 의미이다. 즉 무언가 큰일이 자신의 마음을 꿰뚫고 침입해 온다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트라우마’ 개념은 프로이트(Sigmund Freud, 1856-1939)가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히스테리를 성적 외상 체험과 관련지어 생각한 것에서 심리학의 영역으로 도입되기 시작했다. 이후 프로이트는 히스테리의 성적 외상론을 포기하고 심적인 상처가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과 방법에 주목하였다.
프로이트가 말한 바로는, 보호방패를 뚫을 만큼 강력한 외부의 자극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균열이 생겨서, 대규모의 교란 사태가 생기는데 이것을 정신적 외상, ‘트라우마’라고 한다(Freud, 1997). 프로이트는 물건에 부딪히거나 넘어졌을 때 몸에 상처를 입듯이, 외부로부터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때, 마음에도 깊은 상처가 생기는데 이것을 ‘트라우마’라고 정의하고 있다.
현재 서양의 정신분석학에서 ‘트라우마’는 ‘심적 외상(⼼的外傷, psychological trauma)’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그리고 심적 외상 때문에 심신에 특유의 반응 즉 ‘재경험(reexperience)’ 증상, ‘회피(avoidance)’ 증상, ‘과각성(hypervigilence)’ 증상, ‘인지와 기분의 부정적 변화’를 일으켜 ‘공포’, ‘분노’, ‘죄책감’, ‘수치심’ 등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 상태를 지속해서 경험하기도 하여,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상태에 빠지는 것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外傷後障礙,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 PTSD)’라 부른다. 여기에서 ‘재경험’은 마음에 깊은 상처를 주었던 경험을 떠올리게 하는 비슷한 상황에 노출되면, 극심한 심리적 고통을 경험하는 증상을 말한다. 그리고 ‘회피’는 ‘트라우마’와 관련된 기억, 감정을 상기시키는 사람, 장소, 사물, 상황 등을 피하려는 증상이다. ‘과각성’은 과민성 또는 분노의 폭발, 집중 곤란, 지나친 경계, 과장된 놀람 반응 등과 같은 증상을 말한다.
‘인지와 기분의 부정적 변화’는 마음에 상처를 주었던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기도 하고, 자신과 타인 또는 세상에 대해 지속적이고 과장된 부정적 신념 또는 기대를 보이는 증상이다. ‘트라우마’는 정신분석 치료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부분으로서, ‘심리적 외상’ 혹은 ‘감정과 행동에 영향이나 장애를 남기는 충격’이라는 뜻으로 정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