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가 들려주는 이야기
심리적 불안과 우울, 불교적 도거와 혼침의 유사성 본문
불안(anxiety)증상은 미래에 대해 병적으로 불안해하며 현재 상황에 대해 과도하게 공포를 일으켜 일상생활을 하는 데 장애를 일으키는 현상이다. 이 증상은 ‘범불안 장애’, ‘공황(恐惶)’, ‘공포불안’의 세 가지로 분류된다(Briere & Scott, 2020:29).
‘범불안 장애’는 과도하게 걱정하는 것을 말한다. ‘범불안 장애’를 지닌 사람들이 걱정하는 주된 주제로는 죽음, 건강, 가족, 인간관계, 재정, 직업이나 학업, 미래의 불확실성, 신체적 질병에 관한 것 등이 있다. 증상으로는 과도한 걱정, 초조, 수면 장애, 기력소진, 신경과민, 땀 흘림, 몸 떨림 등으로 분류된다.
‘공황’은 갑자기 달라진 사태에 대해 놀라고 두려워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상태를 말한다. ‘공포불안’은 특정한 대상이나 상황에 대해 지속해서 나타나는 비이성적이고 강렬한 두려움을 표현한 말이다. 공포경험은 대부분 ‘불안’을 증상으로 하므로 공포 자체를 불안장애의 한 유형으로 보기도 한다(Turow, 2019:138-141). 여기에서, ‘불안’은 정신적인 반응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땀, 몸 떨림과 같은 신체적 증상과 동반한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울(depression)증상 또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생각이 명료하지 않고 짙은 안개처럼 흐려지는 현상, 단순한 행동도 할 수 없게 하는 무력감, 무가치감, 집중 곤란, 피로감, 활력과 에너지의 상실, 불면이나 과다수면, 죽고 싶거나 죽기를 바람 등이 그것이다. ‘우울증’은 전반적으로 기능을 저하시켜 일상생활을 하는 데 악영향을 미친다. ‘우울증’은 마음과 몸의 기능이 무력해져서 삶에 대한 의욕을 잃은 상태까지 진전될 수 있다.
이러한 고통은 모두 ‘정서(emotion)’에 기반을 둔다고 할 수 있다. ‘정서’는 마음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감정 또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기분이나 분위기를 말한다. 주로 주관적 경험으로 기분, 기질, 성격 등과 관련이 있다. 그리고 ‘정서’는 목소리, 표정, 몸짓 등과 같은 신체적 표현과 호흡, 맥박, 혈압 등의 자율신경계 전반과 함께 한다.
고대 인도에서 발생한 불교에서도 인간의 마음에 생겨난 정서적 고통을 ‘번뇌’로 표현하고 그것을 다양하게 분류하고 있다. 초기불교경전에서는 3박(三縛: 貪欲・瞋恚・愚癡)・4박(四縛: 貪欲・瞋恚・戒取・我⾒)・5개(五蓋: 貪欲・瞋恚・睡眠・掉悔・疑)・9결(九結: 愛・恚・慢・無明・⾒・他取・疑・嫉・慳)과 같은 방식으로 분류했으며, 부파불교의 설일체유부(說⼀切有部)에서는 일체 존재를 5위75법으로 분류하고 그 가운데 ‘번뇌’를 ‘대번뇌지법(⼤煩惱地法)’, ‘대불선지법(⼤不善地法)’, ‘소번뇌지법(⼩煩惱地法)’, ‘부정지법(不定地法)’ 등으로 자세하게 나누고 있다. 그리고 유가행파(瑜伽⾏派)의 법상종(法相宗)에서는 마음을 5위100법으로 나누고 특히 ‘심소법(⼼所法)’ 가운데 ‘번뇌심소(煩惱⼼所)’,‘수번뇌심소(隨煩惱⼼所)’,‘부정심소(不定⼼所)’ 등의 범주를 설정하여 ‘번뇌’를 분류한다. 이 가운데 ‘도거’와 ‘혼침’은 초기불교이래 ‘오개(五蓋)’로 분류되기도 하고, 설일체유부에서는 ‘대번뇌지법’으로, 유가행파에서는 ‘수번뇌심소’로 분류되고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초기불교에서 ‘오개(五蓋)’는 5가지 ‘번뇌’를 의미한다. ‘오개’는 ‘번뇌’를 분류하는 방식의 하나이다. 초기 불교경전인 잡아함경(雜阿含經)에 따르면, ‘오개’는 붓다가 설한 것으로 마음에 ‘번뇌’를 일으키고 지혜를 약하게 하는 탐욕(貪欲)・진에(瞋恚)・수면(睡眠)・도회(掉悔)・의(疑)의 5가지의 장애[障] 또는 덮개[蓋]를 말한다. 이 다섯 가지는 착한 마음[善⼼] 또는 깨끗한 마음[清淨⼼]이 일어나는 것을 가로막는다고 한다. 여기서 ‘탐욕’은 오욕(五欲)에 집착하는 것, ‘진에’는 성내는 것, ‘수면’은 마음을 흐리고 무겁게 하는 것, ‘도회’는 마음이 흔들리고 근심 또는 후회하는 것, ‘의’는 의심하는 것을 말한다.